귀리 우유를 만들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참 많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시중에 판매되는 아무 귀리나 구매해서 사용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만들다보니 궁금한 것들이 많이 생겨서 조사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행 착오들을 기록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하고, 글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귀리 우유를 만들 때에도 사소하게 고려할 사항이 참 많습니다. 귀리를 가지고 귀리 우유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드리면서 그런 점들을 천천히 보여드리겠습니다.
1. 귀리를 불린다.
귀리는 물에 불려야 합니다. 맛과 질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말린 귀리는 풀 냄새나 곡물 특유의 거친 맛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에 불리면 이런 맛이 부드럽고 중립적으로 바뀌며, 귀리 우유의 풍미가 더 깨끗하고 순해집니다. 또한, 특유의 끈적거리는 맛을 없애줄 수 있습니다. 귀리는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성분이 물에 닿으면 미끈하고 끈적한 질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불리고 헹구는 과정은 이 표면 전분을 일부 제거하여, 결과적으로 덜 끈적하고 깔끔한 식감의 귀리 우유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귀리를 물에 불리는 과정은 금속 맛 / 쓴 맛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귀리에는 피틴산 등 맛을 해치는 성분이 소량 들어 있으며, 이는 씻거나 불리면 제거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귀리 우유의 맛이 더 순하고 약간 달달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불리는 시간에 따라서 귀리 우유의 맛이 달라집니다. 15분에서 30분 정도 불리면 위의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있으나 효과가 많이 미비합니다. 그래서 최소 2시간 이상은 불려주셔야 하는데요, 6시간 이상 불린다면 꼭 냉장고에 넣어주셔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발효되어 시큼한 맛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최적의 불림 시간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잘 불린 후에는 꼭 헹궈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린 물에 있던 효소나 먼지, 전분 성분 때문에 귀리 우유에서 금속 맛이나 끈적한 느낌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물과 함께 블렌더로 간다.
정말 간단하게 귀리 우유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게 마지막 과정입니다. 여기서 이 과정을 조금 더 고민하자면, 물과 귀리의 비율에 대한 점입니다. 물이 많을수록 당연히 더 묽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질 것입니다. 끈적임도 덜하고, 곡물 맛이 연하고 깔끔합니다. 보통 귀리와 물의 비율이 1:6 이상이 되면 이렇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밸런스가 좋게 느껴지는 비율은 얼마일까요? 대체적으로 귀리와 물의 비율이 1:4 ~ 5 정도 되면 밸런스가 좋다고 느껴졌는데요, 고소하면서 마시기도 좋아서 우유를 대체할만 한 느낌입니다. 만약 정말 진한 걸 좋아하신다면 비율을 1:3 이하로 줄이시면 되는데요, 진하고 고소하겠지만 너무 끈적하거나 찌꺼기가 많이 남을 수도 있는 단점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최적의 비율을 찾았다면 이제 블렌더에 귀리와 비율에 맞는 물을 넣고 갈면 됩니다.
블렌더로 가는 시간 또한 귀리 우유의 맛, 질감, 목 넘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점 또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 ~ 20초 정도로 너무 짧게 간다면 깔끔하긴 하나 성분이 제대로 추출되지 않고 풍미가 적을 것입니다. 그래서 최소 30초에서 60초 정도로는 갈아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귀리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풍미가 잘 추출되고, 목 넘김도 좋습니다. 너무 오래 간다면 엄청 진한 풍미와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지겠죠? 하지만 과도한 점성과 함께 미세한 입자가 많이 나와서 텁텁하고 산화가 빨리 진행되어 보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개인이 집에 구비하고 있는 블렌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알려드리긴 어려우니 처음에는 30초로 한 번 시도해보시고, 먹어본 후 시간을 조금씩 늘리거나 줄이면 될 것 같습니다.
3. 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블렌더에서 물과 함께 갈아낸 귀리 + 물을 걸러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잔여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맛있게 마시려면 이 작업이 필수입니다. 만약 본인이 너무 귀찮고 그냥 마시는게 큰 상관이 없다면 거르지 않고 마셔도 됩니다. 귀리 우유를 거를 때에는 다양한 도구가 있습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스테인레스 채망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미세한 찌꺼기가 남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더 잘 거르는 방법은 다시백을 활용하는 방법인데요, 단점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 불편합니다. 이 때 너무 강하게 짜면 쓴 맛이나 떫은 맛이 올라올 수 있으니 부드럽게 짜야합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스테인레스 채망으로 먼저 한 번 거르고, 다시백같은 걸로 한 번 더 거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게 제일 깔끔하더라구요.
이렇게 하면 귀리 우유가 완성됩니다! 잘 걸러낸 귀리 우유는 바로 냉장 보관 해주시고, 귀리 우유를 보관하는 통은 잘 소독해서 병입하셔야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가정에서 귀리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정도는 충분합니다. 기호에 따라서 각종 시럽이나 소금을 첨가해서 드시면 더 맛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까지만 하면 귀리 특유의 점성 때문에 질감적인 부분에서 아쉬웠고, 조금 더 단 맛을 보강하면 귀리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서 단 맛을 보강하기는 싫었습니다. 고민하다보니, 이 두 가지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작성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