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 우유에는 생각지도 못한 첨가물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진짜 건강을 생각한다면 첨가물 없는 상품을 잘 찾아서 구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저는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대충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참고해보기 위해 구글에서 귀리 우유 레시피에 관한 글들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기본적인 방법은 다들 비슷했습니다. 귀리를 물에 불리고, 불린 귀리에 물과 소금을 추가해서 블렌더로 갈아버리는 것입니다. 귀리의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물을 넣는 것은 다들 어렴풋이 알겠지만, 소금을 넣는 이유에 대해서 아시나요?
귀리 우유를 만들 때 소금의 역할
귀리 우유를 만들 때 소금을 소량 넣는 이유는 단순히 맛을 내기 위한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첫째, 맛의 밸런스를 잡아주는데요, 귀리 자체는 물론 단 맛과 고소한 맛이 있지만, 소량의 소금을 더하면 이 맛들이 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단 맛과 짠 맛은 서로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관계이기 때문이지요. 한 때 카페 메뉴 중에서 솔티드 카라멜이라고, 카라멜 시럽에 소량의 소금을 넣은 음료가 유행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같은 원리입니다. 두 번째, 귀리 우유를 만들다보면 일부 잔류 식물 성분이 남아 있는데요, 이로 인해 약간의 쓴 맛이나 떫은 맛이 느껴질 수 있어요. 소금은 이런 불쾌한 뒷 맛을 억제해주어 귀리 우유의 풍미를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줍니다. 셋 째로, 소량의 소금은 세균 번식을 다소 억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냉장 보관 시에, 살짝 넣은 소금이 귀리 우유의 유통 기한을 하루 이틀 정도 늘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소금은 귀리 속 점성 다당류의 구조와 약간 상호작용하여 더 부드럽고 균일한 질감을 형성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감적으로 너무 묽지도 않고, 너무 끈적하지 않게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귀리의 형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귀리 우유를 만들 때는 귀리를 물에 불리고, 물에 불린 귀리에 새로운 물과 함께 적당량의 소금을 넣어서 블렌더로 갈면 끝입니다. 이제 이 방법을 레시피화 시키려면 고민해야 할 점은 귀리를 물에 불릴 때의 물과 귀리의 비율, 불리는 시간, 물레 불린 귀리에 새로운 물을 넣을 때의 불린 귀리와 새로운 물의 비율, 소금의 비율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제일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귀리를 구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귀리는 다 똑같은 귀리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귀리는 형태와 가공 방식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종류가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귀리 우유를 만들 때 좋은 종류가 있습니다. 아래에 표로 정리해놓았습니다.
형태 | 설명 | 가공 방식 | 물 흡수력 | 귀리 우유용 적합도 |
1. 통귀리 (Whole Oat Groat) | 겉껍질만 제거한 귀리 원형 상태 | 최소 가공 | 낮음 | ❌ 부적합 (단단하고 오래 삶아야 함) |
2. 스틸 컷 귀리 (Steel-Cut Oats) | 통귀리를 칼날로 자른 형태, 쌀보리 느낌 | 조리 필요 | 중간 | ⚠️ 불편함 (불려야 하고 거칠음) |
3. 퀵 오트 (Quick Oats) | 귀리를 스팀으로 찐 다음 얇게 압착하고 더 잘게 조각 낸 귀리 | 중간가공 | 중상 | ✅ 적합 (높은 부드러움과 높은 추출력) |
4. 롤드 오트 (Rolled Oats) | 찐 후 압착한 납작한 귀리 | 중간 가공 | 중상 | ✅ 매우 적합 (적당한 부드러움과 추출력) |
5. 인스턴트 오트 (Instant Oats) | 가장 얇게 눌러 가공된 귀리, 즉석용 | 고도 가공 | 높음 | ✅ 적합 (빠른 추출, 부드러운 맛) |
6. 귀리 가루 (Oat Flour) | 귀리를 곱게 분쇄한 가루 형태 | 고도 가공 | 매우 높음 | ⚠️ 과도한 점도 (끈적거림 주의) |
표를 보시면 3, 4, 5번의 귀리가 귀리 우유를 만들 때 적합한 형태의 귀리라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4번 롤드 오트를 사용하시는게 제일 좋은데요, 이유는 효율적인 추출이 가능하면서도 영양소의 파괴가 적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귀리 우유를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라는 사실, 잊지 않으셨죠?
귀리 품종들
이제 롤드 오트를 온라인에 검색 해보세요. 정말 많은 롤드 오트 상품이 나옵니다. 롤드 오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품종입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 재료들은 같은 재료라도 품종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품종을 최우선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아래의 표들을 한 번 보시죠.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귀리 품종 3종
품종명 | 특징 및 용도 | 장단점 | 비고 |
Avena sativa | -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 생산성 높고 가공이 쉬움- 귀리 우유 제조에 가장 널리 사용 | - 영양 성분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힘 | - 특별한 단점 없음 |
Avena nuda | - 껍질이 없어 영양소 손실 적고 소화 쉬움- 유럽 유기농 브랜드, 고급 건강식품에 많이 사용 | - 단백질, 식이섬유, 미네랄 함량이 높음- 풍미가 진하고 고소함 뛰어남 | - 재배 어려움- 생산량 적음 → 가격 높음 |
Avena byzantina | - 주로 지중해,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재배- 껍질 단단하고 씹는 식감 강함- 통귀리죽, 곡물밥 용도로 활용 | - 고온에서도 잘 자람- 항산화 성분 비율 높음 | - 가공 귀리보다는 통곡물 용도에 적합 |
영양 성분 차이
구분 | Avena sativa | Avena nuda | Avena byzantina |
껍질 | 있음 (탈곡 필요) | 없음 (껍질 자연 낙하) | 있음 (단단함↑) |
단백질 함량 | 11~13% | 14~17% ✅ | 11~13% |
β-글루칸(식이섬유) | 3.5~4.5% | 4.0~5.5% ✅ | 3.0~4.0% |
지방 함량 | 6~7% | 7~9% (불포화지방 ↑) | 5~6% |
탄수화물 | 약 66% | 약 60~62% | 약 68% |
미네랄 (칼슘, 아연 등) | 중간 | 높음 ✅ | 중간 |
항산화물질 (아베난스라마이드 등) | 기본 수준 | 높음 (진한 색의 경우) | 높음 |
맛 | 담백하고 중립적 | 진하고 고소 ✅ | 고소하나 단단한 식감 |
위의 두 표를 보시면 Avena nuda 품종이 제일 좋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단점에서도 써 놨듯이 재배가 어려워서 생산량도 적고, 가격도 높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직구가 아니면 구할 수가 없는 품종입니다. 저는 궁금하면 무조건 먹어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배송 대행지를 통한 해외 배송으로 구매를 해 놓았습니다. 추후에 제가 구매한 Avena nuda 품종으로 가공된 롤드 오트가 도착하면 귀리 우유를 만들어 비교 시음하는 글을 작성해보겠습니다. 당장 만들 귀리 우유는 Avena sativa품종으로 만들어진 롤드 오트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군요. 저는 최대한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롤드 오트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해보았습니다.
귀리의 원산지에 따른 차이
제가 사용했던 제품은 캐나다산 귀리를 사용했는데요, 품종을 확인하신 다음에는 원산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원산지에 따라서 영양 성분이나 귀리 우유에 어울리는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산지의 토양 미네랄 함량이나, 기후 조건, 재배법, 수확 시기 및 보관 상태 등에 따라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북유럽의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귀리는 당분과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미국 중서부산 귀리는 단백질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습니다. 물론 100% 그런 것은 아니고 하나의 예시입니다. 북유럽의 나라별, 나라 안에서도 농장으로 들어가면 더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캐나다는 귀리를 대규모로 재배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오트밀 제품들도 보면 대부분 캐나다산 귀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호불호 없는 대중적인 맛이 특징입니다.
귀리의 맛과 향, 질감 및 점도, 그리고 가공 적합성에 따라서 귀리 우유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 표를 참고해서 원하는 귀리 우유를 만들 원산지를 골라보세요.
구분 | 북유럽산 귀리 | 북미산 귀리 | 아시아산 귀리 |
맛과 향 | - 고소하고 진한 곡물 향- 깔끔하고 부드러운 단맛 | - 담백하고 중립적인 맛- 커피, 요리 등과 조화로움 | - 구수한 곡물 맛- 식감이 무겁고 입안에 오래 남는 느낌 |
질감 및 점도 | - 지방과 β-글루칸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음- 매우 크리미하고 걸쭉한 점도 형성 가능 | - 지방 및 점도 구성 성분이 평균적- 깔끔하고 묽은 식감이 잘 나옴 | - β-글루칸 함량은 낮은 편- 점도는 낮지만 식감이 묵직하게 느껴짐 |
가공 적합성 | - 수분 흡수율 높고 단백질 품질 우수- 귀리 우유 제조에 매우 적합 | - 가공 안정성이 높고 분리 문제 적음- 다양한 음료와 혼합 시 무난함 | - 성분 분리 가능성 높음- 여과 공정이 까다롭고 우유 질감 유지가 어려움 |
다음 글에서는 캐나다산 롤드 오트를 사용해서 귀리 우유를 만드는 과정 2번째를 작성해보겠습니다!